무한히 늘어나는 직선을 떠올릴 수 있을까?
유한한 선분을 끝없이 쪼개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주어진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면, 영원한 것을 생각할 수 없다.
가무한
아리스토텔레스가 무한을 가무한*1과 실무한*2을 나누어
인간이 알 수 없는 영역(실무한)을 도려내고자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체로 옳은 생각이었는데,
인간의 사유 체계로서는 참이지만 증명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이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3로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신을 이해하는 방법은 믿음 뿐.)
앞서 대체로 옳았다는 표현은, 가무한과 실무한을 나누던 경계,
즉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아리스토텔레스와 추종자들이 믿었던 것보다는 더 넓었기 때문인데,
아리스토텔레스도 풀지 못했던 제논의 역설*4이 무한급수로 해결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가무한으로만 세계를 해석하는 것이 충분해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도 무한에 대한 연구는 계속 되어 마침내 수학자 칸토어에 의해 실무한의 문이 열렸다.
비록 그 세계가 얼마 못 가 불투명해졌음에도.......
이른바,
0.9999...... < 1 의 가무한 시대에서
0.9999...... = 1 의 실무한 시대로 거듭난 것이다.*5
다만 왜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왜? 왜 칸토어는 실무한을 찾아 헤맸을까?
실무한의 끝이 그의 삶 끝자락처럼 절망적이라면,
무엇을 위해 문은 열려졌을까?
문득 카프카의 <법 앞에서>에서 결코 법 안으로 들어갈 수 없던 시골 남자의 모습이,
실무한의 문턱에서 거부당한 칸토어 혹은 우리의 모습일 것만 같아 서글퍼진다.
주석
*1. 가무한(potential infinity)은 끝없이 계속되면서도 이미 지나온 과정은 유한한 가능성으로의 무한
*2. 실무한(actual infinity)는 완결된, 신과 같은 완벽한 개념의 무한
*3.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는 쉽게 말하자면, 세상에는 참(true)이지만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있다는 말이다. (거짓이라면 증명할 필요가 없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수리논리학에서 페아노 공리계를 포함하는 모든 무모순적 공리계는 참인 일부 명제를 증명할 수 없으며, 특히 스스로의 무모순성을 증명할 수 없다는 정리"
*4. 제논의 역설 中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달리기 시합에서, 거북이가 100m 앞서 출발하면, 아킬레스가 그 100m를 따라잡는 동안 거북이는 또 다시 50m를 가고 아킬레스가 다시 그 50m를 따라잡는 동안 거북이는 25m를 가고 이것을 무한 반복하면 (수학적으로)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결코 따라잡지 못한다는 역설. 훗날 무한과 극한의 개념이 정립되고 무한급수에 의해 수학적으로 해결된다. 즉, 무한 반복의 합이 어느 시점에서 유한한 양(거리)이 되는 것이다.
*5. x = 0.9999...... 이면 10x = 9.9999...... 이고
식 10x - x 에 각각 위 값을 대입하면 (9.9999......) - (0.9999......) = 9 이므로
10x - x = 9x = 9
즉, x = 1
따라서 x = 0.9999...... = 1
더 자세한 내용: 링크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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