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세이

힐링에세이 - 무한 ep1. 새

루벤초이 2021. 4. 7. 22:31

※우울감을 떨치기 위해 철학적 문제에 관해 생각해본다.

구름이 잔뜩 끼어 텅 빈 것처럼 보이는 하늘이었다.

저 새들은 언제부터 보였을까,

새들이 처음 목격됐을 때 그 ​크기는 어땠을까?

새들은 무한한 공간 저편에서 시나브로 나타나

유한한 공간을 맴돌다

다시 무한한 공간 저편으로 시나브로 사라졌다.

새들이 어느 순간 얼마큼의 크기로 사라졌는지 말할 수 없지만,

나는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무한 너머에 새들이, 또다른 공간이 이어진다고 믿는다.

Birds on the tree, Ruben Choi (2021) 새가 나타나고 사라지는 순간을 정확히 말할 수 없다. '순간'의 사전적 의미가 유한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

 

무한은 안도감이다.

 

멀리 날아가 버린 새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도 여전히 그 새가 어딘가를 날고 있음을 믿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공간이 어디에선가 갑자기 끝나버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연속된 공간)

공간 뿐만 아니라, 시간도 마찬가지여서

겪어 온 과거와 아직 겪지 못한 미래가 연속된 것이라고 우리는 매 순간 믿고 있다. (연속된 시간)

고맙게도 중력은 우리를 지구 안에 붙들어, 무한한 우주 끝을 떠올릴 필요 없게 해주고

다행히도 출생과 죽음은 삶을 유한하게 만들어, 무한한 시간에 대한 고민을 사후 세계로 미뤄준다.

그러다가도 문득,

가끔 오늘처럼 알 수 없는 우울감이 밀려들거나 혹은 유난히도 맑은 오후 햇살에 창틀이 반짝이는 그런 순간에,

뜬금없이 우리는, 주변을 가득 채운 무한에 대해 생각한다.

머나먼 우주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大)

내 새끼손가락 손톱 틈새에는 얼마큼의 원자가 있을까? (小)

사후세계는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일까? (종교)

1과 2 사이에는 얼마큼의 수가 들어있을까? (수학)

그러다 보면,

무한은 두려움이다.

 

무한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모르겠다. 막막해진다. 숨이 막힐 것 같다. 두렵다.

끝없이 펼쳐지는 공간을 우리는 생각할 수 있을까?

죽은 뒤에 영혼이 되어 영원히 산다는 사실을 견딜 수 있을까?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늘어나고 있는 무리수를 떠올릴 수 있을까?

'그런 쓸 데 없는 생각을 뭐하러 해? 그냥 즐기면서 사는 거지.'

당신들이 부럽다.

'팔자 좋은 소리 하네. 요즘 편한가 보다?'

당신들이 밉다.

대개는 외면하거나 혹은 가벼운 우스개소리로 여기지만,

가끔은,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뭐지?' 생각이 든다.

아주 오래전부터 '무한'은 예민한 사람들의 도전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수학자, 철학자, 종교인에서 문학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무한을 해석해왔다.

무한히 펼쳐지는 공간을 상상하기 버거웠던 사람들은 평면 대신 끝없이 순환하는 원으로 대체하기도 했는데

카톨릭의 영생과 불교의 윤회의 차이점과 유사하다.

(To be continued)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