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북톡

[리뷰]단테의 신곡 연옥편

루벤초이 2021. 6. 29. 23:27

연옥은 희망이다.

 

연옥은 천주교에만 있는 교리로서 살아 생전에 속죄하지 못한 죄를 씻는, 천국과 지옥 중간 쯤에 해당하는 곳이다. 천국 아니면 지옥 둘 중에 하나만 있다고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힌다. 죄 없이 죽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이며, 그렇다고 어느 정도 죄까지는 봐준다고 하면 그게 어느 정도인지 우리가 어찌 알 것이며, 이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여담으로 파스칼(철학자이자 수학자)은 유명한 <파스칼의 내기>에서, 우리가 신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신을 믿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는데, 4가지 경우의 수, 즉 신이 존재하지 않는데 신을 믿으면 본전(1)이지만, 신이 존재하는데 신을 믿으면 천국(2)에 간다. 반대로 신이 존재하지 않는데 신을 믿으면 본전(3)이지만 신이 존재하는데 신을 믿지 않으면 지옥(4)에 가기 때문에 신을 믿는 편이 확률적으로 유리하다는 결론이다(천국의 기쁨보다 지옥의 고통이 더 큰 값이랄까?) 하지만 (2)의 경우처럼 신이 존재하는데 신을 믿는 사람이 죄를 저질렀을 때 지옥에 갈 수도 있다는 점이 고려된다면 확률의 기대값을 달라질 여지가 있다.

 

단테가 림보(죄를 짓지 않았으나 하느님을 믿지 않아 천국에 갈 수 없는 영혼들이 머무는 곳)를 통해 이른바 <불신지옥>에 얽힌 숱한 논쟁을 피해간 것처럼, 연옥은 죽음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며 생전에 남은 죄를 씻을 기회를 주는 신의 자비인 것이다. 다만 교리에는 몇 가지 세부 내용이 있는데 첫째, 지옥에 떨어질만큼 큰 죄를 저지른 영혼은 아예 연옥에 갈 수 없으므로 생전에 큰 죄를 짓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둘째, 연옥의 고통은 지옥의 고통 못지 않고 시간은 아주 느리게 가므로 생전에 죄를 짓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외에도 중요한 교리 하나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도가 연옥에 있는 영혼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내용인데, 인연의 끝이 生을 넘어 무한히 이어지는 것만 같은 아름다운 교리라는 생각이 든다. 

 

단테의 연옥은 연옥문을 지키는 카토와 뒤이어 영혼들을 몰고 온 천사를 보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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