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북톡

[리뷰]메트로폴리스

루벤초이 2021. 6. 17. 21:59

 

 

메트로폴리스 - YES24

아테네, 로마, 암스테르담, 바그다드, 런던, 파리, 뉴욕…6,000년간 인류 문명을 꽃피운 26개 도시로 떠나는 세계사 대항해- 도시는 어떻게 탄생했으며, 어떻게 인류의 삶을 지배했는가?- 정치,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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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는 시대별로 도시들의 흥망성쇠를 소개하며 인류와 세계의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나가는 책이다.

 

1장 도시의 여명 - 우루크(B.C. 4000~B.C.1900)는 최초의 도시라는 타이틀이 풍기는 신비로운 어감에 걸맞게, 기록과 출처가 흐릿한 길가메시 서사시를 품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6천년 전에 왕을 숭상하는 도시 문명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지만, 도시의 삶과 자연의 삶을 상징하는 두 사람의 만남과 대립, 융화로 이어지는 구도가 쉽게 이해되고 공감되는 것은, 결국 도시란, 사람이 모여 사는 것일 뿐이며, 그 안에서 비롯되는 갈등과 사건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역사는 반복되고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2장 에덴동산과 죄악의 도시(하라파와 바빌론, 기원전 2000~539년)에서는 오만과 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바빌론은 도시는 바빌론에 끌려갔던 유대인의 비판적 시각에서 다뤄졌으며, 이후 예술가들의 디스토피아적 단골 소재로서 강화된 경향이 있다. 종교적, 문학적, 예술적 은유 속에서, 대도시는 죄악으로 가득 차 결국 멸망해야 마땅한 곳이라는 인상에 물들었다. 하지만,

도시는 유토파이인 동시에 디스토피아이다. (중략) 농촌 마을을 이상화한 간디의 태도는 훗날 독립 이후의 인도에 끔직한 파장, 즉 도시 개발을 등한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p.109

 

3장 국제 도시(아테네와 알렉산드리아, 기원전 507~30년)4장 목욕탕 속의 쾌락(로마, 기원전 30년~서기 537년)에서는 사교적 공간을 너머 마치 종교 의식처럼 중요했던 목욕탕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거대했을까 상상이 되고 또 그 안에 벌거벗은 사람들에게서 짙게 깔린 평등의 의미가 새삼 신기하게 생각됐다. 5장 다채로운 식도락의 향연(바그다드, 537~1258년), 6장 전쟁으로 일군 자유
(뤼벡, 1226~1491년), 7장 상업과 교역의 심장(리스본, 믈라카, 테노치티틀란, 암스테르담 1492~1666년)에서는 무역이나 전쟁 등의 이유로 흥하고 망해간 도시들이 나열됐는데, 고대에는 지형과 기후의 변화로 도시가 사그라들었다면, 바그다드에 이르러서는 700년 역사의 도시가 난데 없는 몽골의 침략에 망하고 이때 전해진 페스트로 유럽 인구의 삼분의 일이 사라졌는데, 페스트가 중앙아시아나 몰골, 중국에서 유행했음에도 유럽에서 더 큰 피해를 부른 것이 밀집된 도시의 구조 및 특성 때문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또한 군사력의 증강으로 뤼벡, 리스본의 예처럼 신대륙에서 원주민을 학살하고 도시끼리 전쟁을 벌이는 등 잔혹한 전쟁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8장 카페인 공동체와 사교(런던, 1666~1820년)에서는 카페와 함께 시작된 도시의 사교적 분위기와 공동체 의식, 즐거운 유흥거리들이 산업혁명으로 발전한 이동 수단에 힘입어 교외로 흩어진 시민들과 카페를 벗어나 전문적이고 회원들에게만 허용된 공간을 찾기 시작한 금융 산업의 영향으로 사라져 버렸다. 9장 지상에 자리 잡은 지옥(맨체스터와 시카고, 1830~1914년)에서는 급속하게 산업화되는 도시의 이면에서 발생한 빈민가 문제를 다루는데, 아무리 지옥 같은 곳일지라도 시골이 아닌 도시에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 혹은 도시 삶의 이점은 무엇이었을까? 넓은 사교 혹은 자유? 기회의 희망? 그런데 그 빈민가에서도 사람들은 웃고 살았을 것이며 가족은 서로 사랑했을 것이다. 지옥은 불편함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에 숨겨진 것이 아닐까?

10장 파리 증후군(파리, 1830~1914년)의 소제목인 파리 증후군은, 파리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심리적 고통을 의미하는데, 나 또한 처음 파리에 갔을 때, 비슷한 경험을 했다. 경이로운 역사와 수많은 예술가들, 카뮈와 보들레르 같은 어릴 적 동경의 대상들이 거닐었던 그 거리에 서서 그들의 시점으로 에펠탑을 바라볼 것을 생각하면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 사진(비록 뒤늦게 설정샷으로 밝혀졌다지만)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마냥 낭만적이고 설레였던 나는 마침 날씨마저 잔뜩 흐린 날, 파리 개선문 앞에 소용돌이치던 먼지까지 눈으로 들이마시며 기분 나쁜 첫 느낌에 이어 쏟아져내리는 인파 속에서 지나치게 넓은 도로 끝에 의미없이 펼쳐져 있던 샹젤리제 거리에서 실망과 짜증이 섞인 채로 투덜거리며 걷다가 도심지를 벗어나 한적한 도시 외곽에 있던 베르시 마을을 찾았을 때 들었던 평온함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기를, 파리를 이해하려면

바도 - "인파로 붐비는 거리를 거닐며 일상생활에서 펼쳐지는 연극을 즐기는 구경꾼", p.404
플라뇌르 - "한가로이 거니는 사람", p.405

의 의미를 이해해야 하고 그리하여,

"파리의 진정한 자랑거리는 물리적 외형이 아니라 파리 사람들이 그곳을 이용하는 방식, p.403"

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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